[문예 마당] 데스 밸리 여행의 덤
올해는 겨울부터 봄까지 캘리포니아 주와 인근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그 덕에 식물들은 푸르게 생기를 얻었다. 모하비 사막과 데스 밸리 지역에도 봄꽃이 만개해 관광객을 불렀다. 모 여행사를 통해 데스 밸리 단체 여행을 다녀왔다. 1박 2일의 일정이었다.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네바다 3개 주에 걸쳐있는 모하비 사막은 정말 광대했다. 이 모하비 사막을 지나서 데스밸리로 향했다. 모하비 사막은 말이 사막이지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조슈아 나무, 크레오소테 관목(creosote shrub), 유카 식물(yuccas) 등도 보였다. 광대한 사막이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 광대한 사막에 누가 이 식물들을 심었을까. 도저히 인간의 능력으로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광대한 사막에 야생화와 나무, 수풀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이드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하나님이 태초부터 심어 놓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이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삭막한 화폭에 아름다운 식물들을 그려 넣어 한 폭의 걸작품이 된 것이리라. 사막하면 식물이 자라지 않는 모래톱으로 되어있다고 생각하지만 모하비 사막은 모래톱이 아니다. 비가 오지 않을 때도 식물은 자라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룻밤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데스 밸리로 향했다. 지구 위에서 가장 더운 곳이 여름철의 데스 밸리라고 한다. 최고 기온이 화씨 137도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봄철의 데스 밸리는 그다지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자브리스키 포인트 (Zabriskie Point) 였다. 데스 밸리 국립공원에는 대표적인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고 한다. 자브리스키 포인트와 배드워터 베이신(Badwater Basin), 모래 언덕 (Sand Dunes)이다. 자브리스키 포인트는 언덕을 따라 올라가 꼭대기에 닿으면 데스 밸리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정상에서 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파도치던 물결이 그대로 굳어버린 듯 형형색색, 겹겹의 협곡 경치가 펼쳐진다. 얕은 주름과 다양한 색을 머금은 토양의 결은 마치 신이 그린 그림인 듯 신비스럽다. 이곳은 해돋이와 일몰을 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해 돋을 때와 해 질 때 V자 모양의 계곡이 만든 황금빛의 굴곡이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다. 잔물결로 일렁이는 진흙 언덕은 사막 밑바닥을 가로질러 펼쳐져 있다. 해 질 때와 해 돋을 때 빛깔 변화는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남쪽으로 계속 내려오다가 여행객 안내소를 지나 내려가면 바다 표면보다 86m나 낮은 곳에 배드워터 베이신 (Badwater Basin)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 물이 고여 있었다. 이번에 비가 많이 와서 호수처럼 변한 것이었다. 물 가장자리는 아주 부드러운 소금으로 덮여있다. 이번 비로 소금이 젖어 있었고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었다. 많은 관광객이 젖은 소금밭을 맨발로 걸어 다녔다. 소금이 비단처럼 곱고 부드러웠다. 나도 질세라 신발을 신고 끝까지 호수가 보이는 곳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왔다. 올해는 비가 많이 온 덕에 더 아름다운 데스 밸리를 구경할 수가 있어서 여간 기쁘지가 않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동행했던 관광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물에 기름 돌듯이 관광을 해 씁쓸한 뒷맛이 남았다. 가이드가 미리 서로 인사도 시키고 자기소개 시간도 갖게 했으면 어떨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말을 걸기도 어색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배드워터 베이신 입구는 나무로 바닥을 만들었는데 그곳에서 사진이 찍고 싶었다. 그래서 옆에 있던 여성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활짝 웃으면서 여러 장을 찍어주었다. 활짝 웃는 모습에 어찌나 친절한지 질끈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 여성의 친절 덕분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 여성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은 이번 여행에서 얻은 덤이었다. 김수영 / 수필가문예 마당 밸리 여행 모하비 사막 여행객 안내소 사막 밑바닥